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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시 서울 편입에 대한 향토사적 소견

<기고> 유병상, 하남은 야외 역사박물관...천덕꾸러기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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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상
기사입력 2023-11-13

나는 여기서 정치적인 시비(是非)는 논하지 않겠다. 다만, 역사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하남향토사연구소의 책임자로서 하남시의 역사적 위상을 피력하여 하남시민의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아울러 하남시민들께서 미처 깨닫지 못한 역사적 인식에 대한 의미를 펼쳐 보이고자 한다.

  

하남 미사리 선사유적지는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269호로 지정된 곳이다. 이곳은 신석기시대∼청동기시대∼초기 철기시대에 걸쳐 형성된 유적이다. 그리고 초기 백제 시기의 취락지와 유물이 확인되었다. 

 

이것은 하남시가 유구한 역사·문화적 공간임을 알려준다. 이와 같은 오랜 선사유적지이면서 고대사의 백제 유적이 있는 곳이 하남 미사리 유적지이다. 하지만 미사리 선사유적지에 대한 하남시민들의 인식은 어느 정도일까? 

 

더욱이 ‘미사지구’라는 이름으로 개발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미사(渼沙)’라는 한자 어휘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을까? 단순히 어감이 좋아서 그렇게 부르는 것이 아니다. 정확하게는 미사단지와는 상관없이 지어진 이름에 불과하다. ‘미사’는 미사리 앞의 강을 ‘미호(渼湖)’라고 부르는 데서 ‘미’자가 유래하고, 모래벌이기 때문에 ‘모래 사(沙)’자가 붙어서 지어진 이름이다.

  

하남을 흔히 백제 온조왕이 도읍을 정한 초기 백제의 도읍지라고 한다. 그래서 하남시민들은 2천 년 전 한성 백제의 혼을 간직한 고장이라는 자긍심을 가졌다. 이는 감일지구 아파트 공사장에서 발굴된 백제 시대의 역사 유물과 유적이 말해준다. 감일지구에서 출토된 유물과 유적에 대한 인식도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인식하고 있을까? 아파트 입주자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공사가 늦어지는 것을 걱정하였을 것이다.

 

▲ 춘궁동 동사지 오층 석탑(보물 제12호)과 삼층 석탑(보물 13호)     © 시티뉴스

 

하남의 이성산성은 국가지정문화제 사적 제 422호로 지정된 삼국시대의 세 나라가 각축을 벌인 대표적인 역사유적이다. 그래서 이성산성은 하남의 문화적 가치를 드높일 수 있는 곳이다. 그나마 이성산성 문화축제라는 이름으로 행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모르는 하남시민은 없을 것이다.

 

하남은 고려시대의 찬란했던 불교 유적인 탑과 폐사지(廢寺址)가 산재해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교산지구의 고골에서 발견된 보물 제 332호 “하남 하사창동 철조석가여래좌상”은 현재 국립 중앙박물관에 안치되어 있다. 이 철불이 모셔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천왕사가 있던 자리에는 거대한 석조대좌가 있다. 

 

또한 동사지(東寺址)에 있는 보물 12호로 지정된 “하남동사지 오층석탑”과 보물 13호 “하남 동사지 삼층석탑”은 하남시가 고려시대 불교의 중흥을 이루었던 곳임을 증명한다. 하지만 문화재청에서 발간한『문화재대관』에는 두 탑이 백제양식 탑이라고 한다.

 

하남은 조선시대에 광주부의 중심지였다. 현재 광주향교가 있는 곳이 광주부의 중심지였다. 그래서 주변 지역을 발굴하면 광주부 관아의 많은 건물들의 터가 확인된다. 광주향교 자체도 경기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되어 있다. 

 

이 외에도 덕풍골의 전주이씨 희령군파의 묘역, 풍산동의 밀성군 묘역의 신도비 및 풍천임씨 임열 묘역 그리고 초이동과 감북동의 운산군 및 밀성군 묘역과 이종생의 묘역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옛 조상들의 묘소가 있다. 이는 하남의 역사적 정통성이 조선시대에는 더욱 성대했음을 알려주는 증좌라 할 수 있다.

 

과연 우리는 이러한 역사 문화적 사실에 대해 올바른 역사적 인식과 자긍심으로 하남시민의 정체성을 간직하며 문화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살고 있는지 한 번 되돌아보자. 단순한 심리적 이익의 기대에 부응해 물질적 향응에만 몰입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자.

  

혹자는 이렇게 반문할 수 있다. 그런 역사적인 문화재가 서울로 편입된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 않느냐? 그렇지 않다. 하남시가 서울로 편입되면 하남시의 문화재는 사라지고 서울의 문화재가 된다.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고장의 역사적인 문화유산을 우리의 정신문화로 승화시키지 못하고 거대 도시 서울의 문화재가 되면 서울의 중심 문화재가 아닌 천덕꾸러기 문화재가 될 수 있다. 

 

지면상 다 거론하지 못해 아쉽지만 하남은 야외 역사박물관이다. 따라서 우리 하남시민들이 이러한 역사문화 유적을 사랑하고 보존하는 자세로 하남을 사랑해야 한다. 그래서 좀 더 나은 문화인으로 거듭나는 삶을 향유해야 한다.

 

중국 송나라 때의 유학자 정이천(程伊川)은 그의 『주역(周易)』해설서『이천역전(伊川易傳)』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망령되게 얻은 복은 재앙이 또한 뒤따르고, 망령되이 얻은 얻음은 잃음이 또한 상응하니, 진실로 얻음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사람이 이것을 알면 경거망동하지 않을 것이다.(妄得之福 災亦隨之, 妄得之得 失亦稱之 固不足以爲得也. 人能知此 則不爲妄動矣)”

 

<하남향토사연구소장 유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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